80세에도 건강할 수는 있지만 그 나이에 거대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주세페 베르디는 120년 전(1893년)에 그런 일을 해냈다. 팔순의 노구였음에도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를 완성한 것이다. 이 오페라에는 눈에 띄는 아리아가 없다. 대신 절묘한 중창이 극을 이끈다. 별로 웃기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취약하다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적 약점을 극복하고 셰익스피어 원작만큼이나 연극적인 걸작이 탄생했다. 늙은 나이에도 여자를 밝히다가 혼쭐이 난 팔스타프가 “세상은 전부 장난 같은 것”이라고 토로하는 피날레는 인생을 달관한 베르디가 작은 일에 어리석게 집착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무대(오는 21~24일·예술의전당)가 기대된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ㆍ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