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업체 알앤엘바이오가 미국 대학들이 국내에 등록한 지방유래줄기세포의 원천 특허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벌여 2심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내 사업자들이 특허 제약 없이 관련 연구를 할 수 있게 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유래줄기세포(지방유래 간배엽 줄기세포)는 성인의 지방 조직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로 성체 줄기세포의 한 종류다. 비교적 배양이 쉽고 체내 양도 풍부해 각광받는 분야다. 하지만 미국 피츠버그대와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한국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원천 특허(관련 기술 분야에 필수적인 요건을 권리로 갖고 있는 것)를 등록·출원해 업체들의 연구에 제한이 있었다.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배양하는 행위’ 자체가 원천 특허이기 때문에, 내용과는 관계 없이 허가 없이 연구를 하면 특허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부광약품 계열 바이오벤처인 안트로젠이 2002년부터 이들 대학에 로열티를 내고 연구를 해 왔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내 법원은 알앤엘 측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은 알앤엘바이오가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대·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을 상대로 ‘지방유래 간세포 및 격자’(지방유래 줄기세포)에 대한 원천 특허 등록을 무효화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등록무효 심판을 기각한 2009년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과거 발명들과 기술 분야가 동일하고 목적의 특이성이 없다”며 “특허의 성립 요건인 진보성(進步性)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국내 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에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알앤엘바이오 측을 대리한 이처영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인데도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행위 때문에 발목 잡힌 경우가 많았다”며 “원천 특허 장벽이 사라지면 알앤엘과 관련 업체들의 R&D 및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원천 특허가 등록된 다른 국가에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미국 대학 측을 대리한 리앤목특허법인의 주은희 변리사는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며 “진보성에 대한 판단은 심사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정소람/이준혁 기자 ram@hankyung.com

■ 지방유래줄기세포

성인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성체 줄기세포의 한 종류. 비교적 배양이 쉽다.

성체 줄기세포는 치료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쓰므로 면역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다. 윤리적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