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서 유독가스 또 누출…주민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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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케미칼서 사고 11명 입원…경북서만 5개월새 네번째
“불산에다 염산, 이젠 염소가스까지…앞으로 또 유독가스가 유출돼 어떤 피해가 더 생길지 불안해서 못 살겠습니다.” (구미 김모씨)
최근 경북지역 낙동강 산업벨트에서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해당 기업과 행정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5개월 남짓한 사이 경북 구미에서만 3건, 인근 상주에서 1건 등 이 지역에서만 4건의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행정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다짐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과 안전관리에 허점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오전 8시50분 경북 구미공단 내 화공약품 제조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즉시 가스밸브를 차단하고 작업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 2명 중 서모씨(35)와 인근 공장 직원 10명 등 11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인근 주민 160여명이 염소 흡입 가능성을 우려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고들은 하나같이 유독물질을 다루는 산업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라고 분석하면서 또 다른 작업 현장에서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누출사고 조사에 나선 경북도는 환풍 시설이 고장나 주입 중이던 염소가스가 역류하면서 유독성이 강한 염소가 누출됐다고 발표했다.
사고 당시 공장 내부에 있던 염소는 액체 상태에서 1ℓ였으나 기화 과정에서 부피가 400ℓ로 늘었다. 업체 측은 이 가운데 50ℓ 정도가 외부로 유출되고, 나머지는 정화시설을 거쳐 처리됐다고 밝혔다.
앞서 구미에선 지난해 9월27일 구미국가공단 내 휴브글로블의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났고, 지난 2일에는 LG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불산·초산·질산이 섞인 혼합산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웅진폴리실리콘에서 염산이 누출됐다.
휴브글로블의 경우 사고 당시 공장 안전관리 책임자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들이 작업 속도를 내려고 안전지침을 어긴 채 작업하다 5명이 숨진 인재였다.
유독물 취급 사업장의 관리 감독을 맡은 당국의 느슨한 감독행정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연이은 유독물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경북도와 구미시는 최근 한 달간 497개 유독물 취급업체에 대해 합동 점검을 벌여 이 중 26곳을 적발했다. 유독물질이 누출된 구미케미칼과 LG실트론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으나 유독물 누출사고가 발생해 합동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구미풀뿌리희망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도·단속 업무를 맡은 지자체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표를 의식해 강력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구미=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 염소(鹽素)
강한 산성을 띠고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녹황색 기체다. 원소기호는 Cl. 표백제나 소독제로 쓰이며 주방이나 화장실 청소에 쓰는 세제의 원료로도 활용된다. 불산 등과 함께 유독 물질로 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