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뼈대를 만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은 여야 간 극한 대치 끝에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5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9일째를 맞았지만 정상적인 행정업무가 ‘올스톱’되면서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였다. 그야말로 ‘식물정부’ 우려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비상 국정운영체제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부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국정 현안을 챙길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들이 취임하기 전까지 수석비서관 회의가 국무회의를 대신하는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 임시국회에서도 정부조직 개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이 개정안 처리를 위해 3월 임시국회를 8일 단독 소집하기로 했으나 야당 협조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언제 정상가동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공백도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부 내 경제 현안을 다룰 위기관리회의는 한 달째 방치되고 있다. 법적 개최 의무까지 있는 이 회의는 지난달 7일 이명박 정부에서 열린 게 마지막이다. 회의를 주재할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과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총리실장(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중 인선이 확정된 사람이 김동연 총리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뿐이기 때문이다.

개최 주기는 ‘금요일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사실상 주1회 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출범 직후 경제운영 방향을 정하고 대통령 공약을 실행할 액션플랜과 민생대책 등 서너 건의 굵직한 안건이 매주 다뤄졌다.

하지만 저성장 고착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 늘어가는 가계부채 등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됨에 따라 이 같은 난맥상은 곳곳에서 불거질 전망이다. 국무회의는 2주 연속 불발됐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률 개정안이나 시행령이 없다고 하지만 정부가 가동되지 않는 데 따른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미 각 부처는 최소한의 업무만 돌아가는 상황이다. 재정부의 경우 장관부터 1, 2차관, 차관보까지 모두 공석 상태다. 국장과 과장 등 핵심 간부들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와 청와대 파견 등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모든 업무를 최소한으로 처리하다 보니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