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자왕국으로 불리던 일본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몰락해가는 일본 전자산업계에 묵묵히 성공가도를 이어온 곳이 있다.

전자부품업체인 무라타제작소다. 작년 상반기 순매출이 3147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6.3%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나 늘었다. 스마트폰, PC, TV 등에 들어가는 최첨단 부품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력자다. 경쟁사들이 몰락하는 가운데 나홀로 순항하는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치열한 내부 경쟁 시스템이다. 무라타제작소 내 모든 직원은 서로 판매자이자 구매자다. 일본 내에만 세분화된 독립 조직이 3000여개에 이른다. 이 부서들은 서로 필요한 서비스나 제품을 사고판다. 회사 안에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매 부서는 제조 부서에서 내부 가격으로 제품을 산다. 이렇게 구입한 제품을 외부 고객에게 팔아 남긴 액수만큼 영업이익을 갖게 된다. 판매 부서는 이익을 높이기 위해 좋은 제품을 구입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품질 저하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 부서는 자연스럽게 내부 시장에서 도태된다.

둘째, 선제적인 위기 대비 전략이다. 샤프와 파나소닉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나서야 본사 건물과 공장 등 자산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무라타제작소는 달랐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락하고 엔고 현상까지 겹치는 것을 보고는 ‘100억엔 영업적자가 예상되므로 1000억엔의 비용 절감안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공장 폐쇄와 강도 높은 원가절감에 나섰다. 이런 사전 대비에 힘입어 무라타제작소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18.3%라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발빠른 신제품개발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시장에 출시되는 신제품 중 85%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고 했다. 그런데 무라타제작소는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신제품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하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바로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경영정보시스템 ‘글로미스’ 덕분이다. 글로미스는 무라타제작소의 전 영업조직과 연구·개발(R&D), 생산 조직을 연결한 온라인 네트워크다. 영업직원들이 입수해온 신제품 개발에 관련된 고객 정보가 무수히 입력된다. 이를 R&D팀이 분석해 미래의 제품수요를 예측, 개발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R&D 과정에서의 낭비 요인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신제품을 발빠르게 공급한다.

다른 기업들이 글로벌 시대에 맞춰 사명을 영어식으로 바꾸는 동안 ‘우리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이라며 제작소(manufacturing)라는 이름을 묵묵히 지켜온 무라타제작소.

치열한 내부 경쟁체제, 선제적인 위기 대비, 발빠른 제품개발이라는 세 가지 성공비결은 교과서상의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위기의 시대에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기본’이 아닐까 싶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 황윤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