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49)는 좀처럼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뷔 이후 공식 인터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랬던 그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파파로티’(감독 윤종찬) 홍보를 위해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경북 김천의 예술고등학교 음악교사 상진 역을 맡았다. 촉망받는 성악가였지만 종양 때문에 꿈을 접고 살아가던 상진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조폭 청년 장호(이제훈)를 만나 성악가로 키워내는 내용의 영화다. 공동 주연인 이제훈이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하면서 영화 홍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그는 너털웃음과 함께 “좀 봐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직업이란 이유에서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해서 젊은 관객과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작품으로 새로운 관객이 늘어난다면 그게 소통을 적극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파파로티’는 그의 20번째 작품이다. “상진은 제자를 통해 못다 한 꿈을 이루고 장호는 진정한 스승을 만나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음란서생’의 윤서 역에서도 그랬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이제훈에 대해선 “진솔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현장에서 직접 연기에 대해 조언하기보다는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데 신경을 더 썼다고 했다.

그동안 참여한 작품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영화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았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하지 않으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발버둥을 치던 시절이었어요. 참 어려운 게 (연기를) 안 하면 안 하려 할수록 하게 돼요. 지금 하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시에도 참 좋은 결과물이 나왔던 것 같아요.”

한석규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마룻바닥에 앉아 발톱을 깎는 장면 하나를 찍으려고 며칠 동안 시간대별로 빛을 체크할 정도였다. “결국 오후 3시20분쯤 들어오는 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그때 촬영을 했죠. (심)은하는 첫날 크랭크인 때 한 장면에서 20번씩 촬영하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요.”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과거에는 관객들에게 어떤 장르의 어떤 인물을 보여줄까 고민했지만 40대 중반 이후로는 스스로 인물을 느끼고 싶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로 치면 한 라운드를 끝내고 두 번째 라운드로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연기에 완성은 없을 거예요. 몸과 정신이 계속 바뀌니까요. 남자 배우로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시기는 45세 전후인 것 같아요. 스스로 지금이 좋다고 느껴요. 연기하기 참 괜찮아요. 70대가 되면 그때 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