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인 서울 동도중 교사 박찬두 씨(사진)가 마지막 빨치산 사단장인 고 황의지(1923~2005)의 3권짜리 평전 《장군의 후예》(작가)를 내놨다. 저자는 황의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비극적인 역사와 이념 갈등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황의지는 일제 시기와 6·25, 전후 좌우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와 명장 황진, 선비 황현의 후예인 그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된다. 충신 가문의 후예로 일본군 입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지리산으로 도망치기도 했지만 결국 가족 걱정 때문에 입대한다.

일본의 중국 침략군인 중지파견군 일원으로 중국 난징에 주둔하던 중 전쟁은 끝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귀향이 아닌 강제노역. 소련의 전쟁포로가 돼 혹한의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전전하며 3년간 석탄을 캐는 채탄수로 일하게 된다.

포로송환협정을 통해 귀국한 뒤에는 고국의 암울한 현실에 부닥친다. 친일 경찰들이 아직도 득세하며 자신을 북한의 간첩으로 의심하는 현실에 분노를 느낀 그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지만 빨치산으로 활동하게 되고 사단장 자리까지 오른다. 그는 후에 전향해 지리산에 정착하지만 빨치산 전력 때문에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

저자는 황씨가 작고하기 4년 전인 2001년부터 그를 만나 관련 사건들을 취재하며 원고를 썼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한 편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본 유족들의 권유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