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장관인사의 백미로 꼽힌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가족의 결사적인 만류였다고 한다. “아내가 울며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는 것이었다. 부인이 소유한 빌딩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고, 그 자신은 미국 CIA의 스파이라는 루머가 번지는 데 대해 그와 두 딸을 포함한 가족들이 연일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서 살다온 김종훈 후보자와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주었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은 김용준 전 총리후보의 낙마도 다르지 않았다. 손자들까지 기자들에게 시달린다는 정도였으니 법관의 가족으로 조용히 살아왔던 평범한 가족들은 기겁을 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런 과정조차 견뎌내야 하는 것이 공인의식이라지만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 지금의 청문회는 경쟁적으로 돌멩이를 던지며 다중의 힘으로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 검증절차는 인민재판으로 변질되고, 개인의 삶 자체를 추문으로 재구성하는 고약한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이 국정을 맡아주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신상털기를 견뎌낼 자가 몇 명이나 있겠으며 또 지난 수십년 동안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았던 한국인들이 이런 추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인재를 선별하자는 청문회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인재들이 고위직을 기피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게 지금의 청문회다. 타인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도덕의 이중성, 잇속만 따지는 정치권의 저급한 계산 등이 이런 인재 추방이라는 역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FBI 등이 법률적 흠결여부를 조사하되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미국의 청문회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중국이 전 세계의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천인(千人)계획을 수립한 것이 벌써 2008년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에서 학위를 따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마당에 ‘청문회의 역설’이라니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가. 청문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