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음성화 우려도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텔미사르탄’(제품명 미카르디스, 리피토)의 특허만료 뒤 쏟아진 제네릭은 53개에 달한다. 2월1일 특허가 끝난 JW중외제약의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 관련 제네릭도 한 달 새 33개가 나왔다.
텔미사르탄은 연간 시장 규모가 약 900억원으로 대형 품목으로 꼽힌다. 리바로는 지난해 매출 288억원으로 중형급 의약품이다. ‘엑스포지’ ‘글리벡’ 등의 유명 제품들도 상반기에 특허가 풀리는 주요 품목이다.
지금까지 중·대형 의약품 특허 만료는 제네릭 제약사 간 ‘리베이트 경쟁’ 신호탄이었다. 제품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영업력을 통해 처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제네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특허가 끝나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약품의 경우 첫해에 오리지널은 기존 약값의 70%를, 제네릭은 59%를 건강보험에서 지급받고 이듬해부터는 53%로 가격이 똑같아진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이 크지 않아 의사 입장에서는 굳이 제네릭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처방이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바뀐다는 것은 리베이트 등이 작용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사에 호응해 제약·의사업계가 자정선언까지 한 마당에 과거처럼 대놓고 리베이트 영업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리베이트 영업이 더욱 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설연휴 직후 한 인터넷의사 커뮤니티에는 제약사의 변함없는 리베이트 영업을 꼬집는 현직 의사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한 의사는 “리베이트 제공으로 검찰수사 중인 A업체 영업이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앞으로 현금으로만 드리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삭제됐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약이 없어 제네릭 판매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제약사 영업맨들로선 대체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