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붐 덕에…LPG의 재발견
액화석유가스(LPG)의 가치가 석유화학용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LPG를 이용해 부타디엔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유에서 정제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은 대체 원료로 쓰는 LPG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해 부산물로 나오는 LPG의 가격이 낮아지면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호석화, 부타디엔 생산 검토

셰일가스 붐 덕에…LPG의 재발견
금호석유화학은 LPG의 하나인 부탄으로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컨설팅업체를 통해 투자 규모와 수익성을 검토한 후 상반기 중 기술 제휴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 생산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세계 1위 합성고무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부타디엔 가격이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고심해왔다. 지난달 중순 부타디엔 가격은 t당 2000달러를 넘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타디엔을 사오는 대신 가격이 낮아진 LPG에서 자체적으로 부타디엔을 생산하면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진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합성고무의 원재료인 부타디엔은 가격 변동폭이 크다”며 “올해에도 부타디엔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 차원”이라고 말했다.

셰일가스엔 70~90%의 메탄과 5%의 에탄뿐 아니라 LPG도 5~25%가량 포함돼 있다.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개발로 LPG 생산량은 2020년까지 5000만t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진만 대한LPG협회 상무는 “미국 내 LPG 가격이 떨어지고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산 LPG를 수입하면 10%가량의 가격 인하가 예상되고 현재 사우디 아람코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국제가격(CP) 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용 LPG 수요 증가

유가 상승과 함께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나프타를 대체해 석유화학용으로 쓰는 LPG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여천NCC는 이달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여수 제1공장과 2공장에서 원료의 5%를 LPG로 쓸 방침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각각 에틸렌 100만t 생산 규모의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에 10%까지 LPG 원료 투입 비중을 높였다.

E1과 함께 국내 양대 LPG 수입·판매업체인 SK가스는 아예 LPG를 활용한 석유화학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로판으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효성이나 태광산업에 공급해온 것을 넘어 직접 프로필렌 제조사업을 하기로 했다. SK가스는 미국의 럼머스(Lummus)사와 공정기술 계약을 맺고 연간 60만t의 프로필렌 생산 공장을 2016년까지 울산에 지을 예정이다.

세계 LPG가스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용 LPG 물량은 2011년 6390만t에서 지난해 7430만t으로 100만t 이상 늘었다. LPG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엔 영향이 미미하긴 해도 예전엔 석유화학업체들이 하절기에 LPG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질 때 일부 나프타를 대체해 썼는데 올 들어서는 동절기에도 수요가 꾸준하다”며 “셰일가스전 개발 확대로 나프타 대비 LPG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앞으로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