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식당에 부는 '건강식 바람'…'짠맛 빼고 열량 줄인' 별식 메뉴 순식간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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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 저염·저칼로리 식단 늘려
에버랜드 '건강프로그램' 도입
에버랜드 '건강프로그램' 도입
김준영 씨(45)는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회사 구내식당에서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저칼로리 건강식 애호가다. 고지혈증 등에 따른 변이형 협심증 진단을 받고 매일 먹기 시작해 3개월 동안 8㎏을 감량했다.
저염식·저칼로리 음식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건강식단을 공급하는 구내식당이 확산되고 있다. 식이요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는 직장인들의 바람과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직원들 건강까지 챙겨야 한다’는 산업계의 인식이 맞물린 결과다.
○확산되는 구내식당 건강식
회사 구내식당 건강식은 일반 식단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국에 염분이 적게 함유된 메뉴다. 선착순 혹은 원하는 직원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내 15개 백화점 점포 및 계열사 직원 구내식당에서는 한 끼 열량이 500~600㎉로, 일반식단(1200~130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SMART정식’을 준다. 식사인원이 2000여명 수준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경우 점심시간에 100~150명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배식을 시작하자마자 동이 난다는 게 급식업체인 현대그린푸드 측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1년 ‘저나트륨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직장 구내식당에도 서서히 도입된 건강식은 올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 450여개 사업장의 구내식당을 운영 중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까지 73곳에서 1주일에 한 번 제공했던 저염식을 이달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금은 한 끼 메뉴 가운데 국만 저염식으로 조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 메뉴에 저염 조리방식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나트륨 함량을 기존식단(1800~2400㎎)보다 낮은 1000~1200㎎으로 조절할 계획이다.
열량 500㎉, 나트륨 3g(일반식단의 경우 7~8g)을 뜻하는 ‘503식단’을 공급 중인 CJ프레시웨이는 400여개 거래업체의 전체 식사 인원(하루 15만여명) 가운데 10%가 이 식단을 먹을 수 있도록 해당 회사들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CJ프레시웨이는 현재 전체 식사인원의 0.3%인 400여명의 희망자에 한해서만 503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700여곳의 사업장 가운데 41곳에서 하루 세 끼 모두 건강식을 제공하는 삼성에버랜드는 건강식 공급을 단순히 늘리는 차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헬스 기빙 도전 8주’라는 이름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아워홈도 포스코 등에 저칼로리 식단을 공급하고 있다.
○걸림돌 극복해야 ‘대세’로 정착
구내식당 건강식이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세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클레임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맛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단일 식단으로 운영할 때보다 인건비 등이 많이 들어가 가격상승 요인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CJ프레시웨이의 일반식단 가격은 3000~3500원인 반면 503식단 가격은 대부분 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김형미 대한영양사협회 상임이사는 “칼로리나 나트륨 섭취량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포스코와 현대백화점처럼 최고경영층에서 의지를 보이는 기업이 늘어나면 건강식이 더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