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맥주,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의 여종업원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레스토랑 체인 후터스. 미국 댈러스의 한 후터스 레스토랑(사진)에 중년의 신입직원이 들어온다. 그는 음식 준비, 청소와 같은 주방 보조 업무를 맡지만 일처리가 영 서투르다. 일사불란한 군대처럼 움직여야 하는 주방은 그 때문에 점점 정체가 빚어진다. 총지배인은 신입직원이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주방에서 쫓아낸다. 그러나 상사에게 혼나고 쫓겨난 이 직원은 사실 위장 취업을 한 후터스의 최고경영자(CEO) 코비 브룩스였다.

미국 CBS 방송국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언더커버 보스’를 방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높은 자리에 앉아 회사의 주요 정책을 만들고 지시하던 회장이 신입직원이 되어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영국 호주 등 전 세계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2억명의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이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언더커버 보스》는 제작자들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었고, 카리스마 있는 CEO를 어떻게 섭외해 카메라 앞에 서게 했는지 방송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9명의 보스가 서툰 위장 취업 경험을 통해 직원들의 생각, 조직의 문제, 정책과 현장의 괴리 등을 경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위장 취업으로 CEO들이 얻은 교훈과 더불어 프로그램 방영 이후 달라진 조직 운영 방식도 소개한다.

세계 16개국 3만8500개의 점포를 갖춘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CEO 조 드핀토는 뉴욕의 한 매장에 위장 취업한다. 조는 청소를 하고 선반에 물건을 채우며 지배인에게 열심히 일을 배운다. 조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성실하게 일하는 지배인 청년을 보며 감동을 느끼지만 “이 회사엔 장래성이 없다”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다른 가맹점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조는 보스로 돌아온 뒤 능력있는 직원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미국 내 5000여명의 직원을 둔 전자상거래 솔루션 회사 GSI 커머스의 창업자 마이클 루빈은 회사의 물류센터에 위장 취업한다. 박스 포장 업무를 맞게 된 그는 포장 라벨을 찢고 잘못 붙이기 일쑤였다. 목표량에 한참 못 미치는 작업을 한 그는 결국 해고당한다.

보스들은 밑바닥 현장 체험을 통해 기술이나 기계가 아닌 직원들이 회사 성공의 이유라는 것을 깨닫는다. 1-800-플라워즈닷컴은 연 매출 7억달러의 세계 최대 꽃 판매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크리스 맥켄은 보스턴의 한 매장에 위장 취업한다. 그는 매장 매니저가 고객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고객은 그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꽃을 사 갔다. 크리스는 고객들이 회사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위장 취업에 나선 CEO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경험이었다”며 다른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꼭 해보라고 권한다. CEO들이 아무리 많은 시간을 현장 근로자와 보내도 어쩔 수 없이 ‘보스’ 대우를 받기 때문에 바닥의 민심을 듣기 어렵다. 따라서 이 장벽을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보스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신병이 되는 것이라고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