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꿈의 무대로 손꼽는 미국 메이저리그. 여기서 그는 476경기에 출전해 287번의 선발등판 가운데 124번 승리했고 98번 패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코리안특급’ 박찬호다.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박찬호》는 박찬호가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때부터 2004년까지 만 14년간 스포츠조선의 해외 상주특파원으로 메이저리그를 전담했던 민훈기 XTM 해설위원이 들려주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초로 메이저리그 124승을 이뤄낸 박찬호의 경기 내용과 흐름, 그의 미국 생활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1996년 4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승을 따냈을 때였다. 박찬호는 “내겐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내 목표가 10단계라면 2단계 정도 올라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첫승에 그저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성실함의 표현이었다.

수많은 고비와 부상, 부진을 털고 일어서 124승을 일구기까지 좌절을 견디고 고난을 극복해낸 인간 박찬호의 모습도 담았다. 5년간 6500만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찬호는 이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부진이 이어지고 부상까지 겹쳤으며 현지 언론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미국 생활 가운데 가장 외로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혼자 거울을 보며 직접 삭발한 채 재기의 의욕을 불태웠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2007년 시즌을 마치고 2008년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저자에게 박찬호는 “나름대로 마음처럼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 나를 굉장히 자극하고 그것이 나를 노력하게 한다”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2010년 플로리다 말린스와 치른 마지막 메이저리그 경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3이닝 동안 무안타, 무볼넷, 6삼진의 완벽한 피칭으로 124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꼭 훌륭한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다저스 입단 때의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