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초읽기에 내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오는 12일 닥칠 부도는 피하게 됐다. 시행사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8일 긴급 자금 64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랜드마크빌딩 시공권(1조4000억원)을 보유한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에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추가 출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로 시행사 운영 주도권을 확보한 코레일은 앞으로 민간 출자사들과 사업자금을 마련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새 판 짜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투입 자금으로 금융이자 등을 납부하며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5일까지 열흘 남짓에 불과한 데다 삼성물산의 증자 참여와 랜드마크 시공권 반납 논의 등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사업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코레일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드림허브에 64억원의 지급 보증을 서기로 결정했다. 드림허브가 대한토지신탁에서 받아야 하는 승소 배상액 256억원 가운데 코레일의 시행사 지분(25%)에 해당하는 64억원의 지급을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이 돈이 드림허브에 들어오면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비롯해 14일 11억원 등 금융이자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5일 32억원, 27일 103억원 등 100억원 이상의 금융이자 만기가 잇따르는 만큼 파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의 김기병 회장이 정창영 코레일 사장을 만나 코레일이 자금을 지원하면 민간 출자사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환사채(CB) 인수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삼성물산에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키로 한 것도 민간 출자사들의 증자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용산개발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분양을 통해 돈이 들어올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당장은 외부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출자사들이 CB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출자사들은 현재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출자사들이 힘들다면 외부 출자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사업협약서를 바꾸고 랜드마크빌딩 시공권 회수 등을 통해 사업성을 개선해야 새로운 출자사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주주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만간 팀을 꾸려 출자사들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정당한 경쟁 입찰을 거쳐 시공권을 확보했는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식 절차를 밟아 요구하기 전까지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성근/김보형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