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놓고 민주통합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공개석상에서 당 지도부의 협상력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고 김재철 MBC 사장 사퇴 등 박기춘 원내대표가 제시했던 세 가지 조건은 철회했다. 최근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의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교착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며 돌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문 위원장은 “만약 이 일을 못해낸다면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하겠는가”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거취에 관한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리 준비했던 원고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협상이 잘 안되면 비대위원장 사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오늘 발언은 감정적으로 불쑥 꺼낸 것”이라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회의에서 정부조직법 협상 수장인 박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전날 박 원내대표가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3대 선결요건을 제시한 것에 대해 “여우와 두루미식으로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안(案)을 그만 내달라”며 사실상 면박을 준 것이다.

당 밖으로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4·24 보궐 선거 출마로 제1야당의 존재감이 없어진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7일 1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 ±2.5%)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시 정당지지율을 물은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11%로 안철수 신당(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7%로 나왔고, 28%는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 ±3.1%)에서도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6.3%로 민주당(10.6%)의 배가 넘었다. 특히 민주당(24.1%)은 텃밭인 호남에서도 안철수 신당(34.4%)에 밀렸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