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려난 공권력…
서울 중구청이 8일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의 강제 철거(행정대집행)에 나섰지만 농성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또다시 실패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농성장 천막 화재로 손상된 ‘문화재 복원’을 위해 강제 철거를 시도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관할 구청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무산된 것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6시40분께부터 대한문 농성장을 찾은 중구청 측은 7시50분께 ‘철거계고장’을 읽은 뒤 직원 220여명을 동원해 불탄 농성장 정리를 시작하려 했다. 이에 철거를 막기 위해 농성장 앞을 지키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시민 등 140여명(경찰 추산)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수차례의 몸싸움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밀려 넘어지면서 전태삼 씨 등 농성자 쪽 3명과 구청 직원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중구청은 농성장 진입 1차 시도가 무산된 뒤인 오전 8시40분께 재차 철거 시도에 나섰다. 하지만 또다시 농성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오전 8시48분께 “철거를 막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철거 시도를 멈추겠다”며 “다시 철거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뒤 철거에 투입된 직원들을 일단 철수시켰다. 중구청은 불법 농성장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배치한 3개 중대 180여명과 여경 20명 등도 함께 물러났다.

이종도 중구청 건설교통국장은 “이번 강제 철거는 지난달 28일 보낸 계고장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농성장 화재로 자칫하면 대한문과 덕수궁이 ‘제2의 숭례문’이 될 수도 있었다”고 이날 강제 철거를 강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구청 가로환경과 관계자는 “덕수궁 보수공사 가림막 설치를 위해 천막 철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욱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변호사는 “2월28일 발송한 계고장은 화재 발생 전 천막에 대한 것으로 새로 지어진 천막에 대해서는 다시 계고장을 보내야 한다”며 “이번 행정대집행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중구청의 철거 시도가 이어지는 동안 농성 천막 안에는 민주통합당 소속 진선미, 은수미 의원 등이 함께 있었다.

대한문 앞 농성촌은 지난해 4월5일 가설 천막을 설치한 이후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333일째 가두 농성을 이어오던 중 3일 정신병력이 있는 안모씨(52)의 방화로 천막 3개 동 중 2개 동이 전소하고 1개 동도 절반 이상이 탔다. 이 화재로 농성장 옆에 위치한 사적 124호 덕수궁의 담장 서까래 15개도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 측이 절반가량 타버린 천막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천막을 설치하면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중구청과 갈등이 고조돼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