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결의에 대해 북한이 갈수록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핵 선제타격권, 전쟁 불사 발언에 이어 8일 남북간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남북 직통전화를 비롯한 판문점 연락통로 단절 등을 선언했다. 군 최고사령부, 외무성, 대남업무를 책임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의 기구를 총동원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역인 ‘무도영웅방어대’와 ‘장재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우리 식의 전면전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간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은 11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 독수리연습 등 한·미연합훈련에 맞서 대규모 훈련을 준비하고 있어 남북한 간의 사소한 충돌이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북한군이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모의사격 훈련을 급격히 늘리는 등 심상치 않은 동향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폐기를 선언한 남북 불가침 합의는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합의 사항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불가침 합의는 무장도발을 금지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무력 불사용과 우발적 군사적 충돌 방지를 규정한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 등이다. 북한은 2009년과 2010년에도 불가침 합의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의 불가침 합의 폐기 및 판문점대표부 활동 중지, 군사직통전화 차단 선언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이를 적절히 관리할 통로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긴장의 파고를 높이는 것은 대내외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안보리 제재안에 중국까지 동참하면서 실질적, 심리적 압박을 받자 미국과 대결한다는 ‘뱃심’을 보여 내부 결속을 노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즉각적인 도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긴장의 강도를 극도로 끌어올려 협상력을 높인 뒤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뜻이라는 것이다. 남한 새 정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길들이기’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