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 한 일간지는 경찰이 석유에 솔벤트(용제)와 폭발촉진제를 섞어 판 일당을 석유사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주범인 P씨를 수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총 250드럼, 당시 시세로 1000만원 규모의 가짜 석유를 영업용 택시나 자가용 운전자들에게 몰래 판 것으로 드러났다.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가짜 석유 유통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석유를 만드는 방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 석유에 다른 물질을 용해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용제를 섞는 건 과거와 같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BTX) 등 화학제품을 첨가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세녹스도 솔벤트 60%, 톨루엔 30%, 알코올 10%를 섞은 석유혼합물이다. 화학제조업체 프리플라이트가 개발한 것으로, 2000년 1월 특허 출원한 뒤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일반 휘발유보다 ℓ당 300원가량 싼 가격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찾았다.

하지만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세녹스 제조업체인 프리플라이트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3년 11월 1심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가짜석유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세녹스를 단속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제조 회사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판결에서는 결과가 뒤집어졌다.

세녹스를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 어렵다며 프리플라이트에 벌금 3억원, 회사 대표와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것. 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결국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고 세녹스의 제조 및 판매는 금지됐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