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면서 금융대출이 있는 156만가구는 매달 버는 돈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저소득 자영업자는 사실상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전국 156만4000가구가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중간)의 50% 미만밖에 못 버는 저소득층으로 이들은 모두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2 가계 금융·복지 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추산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2만8000원으로 이들의 월별 원리금 상환액(73만9000원)보다 적었다.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은 101.4%에 달한다.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과다 채무 가구로 본다. 이런 저소득층은 추가로 빚을 내거나, 부동산을 처분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의 금융대출 잔액은 평균 7229만원으로 1년 가처분소득(873만7000원)의 8.3배에 달했다. 평균 자산은 2억1661만원이지만 대부분 부동산이었으며 저축액은 1994만원에 불과했다.

저소득 자영업자 상황은 심각했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42만8000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57만7000원으로 매달 원리금(145만1000원)을 갚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또 금융대출 잔액은 1억6934만원으로 연 가처분소득(693만원)보다 24배 이상 많았다. 자영업 가구는 평균 4억2974만원의 자산이 있지만 이 중 유동성이 높은 저축은 3965만원에 머물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고액의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사업 악화로 소득이 급감해 저소득층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