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러 차례 지적한 가운데 잔여 임기가 남은 공기업 기관장 교체 여부를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공기업 기관장의 잔여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다거나, 반대로 낙하산 논란 대상인 금융 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이미 청와대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의사를 간접 전달했다는 얘기 등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공기업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방침은 없다”며 “다만 전문성을 중시하고 낙하산 인사만큼은 안 된다는 원칙만 세워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잔여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공기업에 전달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 이후와 올초 인수위 시절 여러 차례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작년 12월 말 당선 직후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공기업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이는 국민이나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1월30일 인수위 정무분과 토론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전문성 고려 없이 임명한 공기업 기관장들의 대거 물갈이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년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177명이며, 이사 감사 등을 포함하면 모두 367명에 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기업 기관장을 일괄 교체하는 식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인사들의 경우 매년 정부가 매기는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금융 공기업의 경우도 당사자들이 스스로 그만두면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나서서 그만두라고 압력을 넣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바꿔 앞으로 공기업 기관장을 선임할 때는 전문자격 요건을 강화해 정치적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