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장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로 홍역을 치른 성신여대가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현 이사장 측과 설립자 외손녀인 대학총장 간 갈등을 빚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학교법인 성신학원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개인 사정으로 사직한 A이사의 후임 이사 선임안을 올렸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설립자의 유일한 친족 이사인 나와 임원 선임을 당연히 상의해야 한다. 사전 상의도 없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가 창학 이념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김순옥 이사장은 “친족과 이사 선임에 관해 의논해야 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성신학원 정관에는 ‘이사를 선임할 때 친족 이사와 논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총장은 “일부 이사진이 나를 몰아내는 데 동의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김 이사장은 “이사회에 임원 결원이 생겼으면 채우는 것이 정상”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이모 이사가 추천한 인사를 놓고 표결한 결과 출석 이사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선임이 결정됐다. 심 총장은 기권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