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7000명, 이들의 생업은 사냥과 낚시, 국회의원 31명, 투표소는 딱 한 곳….

한국 어촌마을이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이자 북극과 가장 가까운 나라 그린란드 얘기다. 이곳에서 12일 치러진 총선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린란드 동토(凍土) 밑에 숨겨진 엄청난 자원이 그들의 타깃이다.

그린란드는 전체 영토의 80% 정도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얼음이 많이 녹아 여름에는 거의 모든 땅이 드러난다. 땅밑에는 세계 전체 원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기술(IT) 제품에 쓰이는 희토류를 비롯해 리튬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등 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는 독립국이지만 사실상 덴마크령이다. 외교 국방권이 덴마크 정부에 있다. 반면 자원 개발과 관련한 허가권은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갖고 있다. 총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총선의 쟁점은 외국 자원개발 업체가 자국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지 여부다.

쿠피크 벤데세 클레이스트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최근 외국업체가 자국 근로자를 고용해 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야당인 전진당의 알레카 하몬드 대표는 자신들이 승리하면 이 법을 없애고, 외국 기업에 더 많은 로열티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중국은 그린란드에서 23억달러 규모의 철광석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중국인 2000명이 현장에 투입된다. 2000명은 그린란드 전체 인구의 4%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그린란드 자원을 독점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희토류 개발과 관련된 문제도 이슈다. 보통 희토류는 우라늄과 같이 묻혀 있는데, 현재 그린란드법은 방사능을 방출하는 자원은 채굴하지 못하게 돼 있다. 여당은 이 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폐지를 주장한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올해를 시작으로 그린란드 자원 개발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하는데 이 돈이 6억1000만달러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환경 변화로 사냥, 낚시 등 기존 생업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진 국민들을 위해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클레이스트 총리도 “개방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