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캐가고 공산품 팔아먹고…'중국 로맨스' 깨어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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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계론' 거세지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新제국주의" 비판
교역 늘었지만 제조업 비율↓
SOC 투자 기술이전도 인색
對중국 감정 갈수록 악화
시진핑, 25일 남아공 방문 관심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新제국주의" 비판
교역 늘었지만 제조업 비율↓
SOC 투자 기술이전도 인색
對중국 감정 갈수록 악화
시진핑, 25일 남아공 방문 관심
“베이징(중국)은 과거 서구 열강과 같은 착취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프리카에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가 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아프리카는 중국과의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이다. 아프리카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신(新)제국주의 국가”
중국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14일 국가주석에 오르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첫 방문국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시진핑이 오는 25일 브릭스 회의 참석차 남아공을 방문하기에 앞서 나온 ‘제국주의’ 발언이 중국과 아프리카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은 더 이상 동료 저개발 국가가 아니며 서구와 똑같이 아프리카를 착취할 수 있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석유와 광물 등 자원을 가져가고 공산품을 우리에게 판다”며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산업 공동화를 유발해 아프리카가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통해 싼값에 자원을 조달하는 동시에 공산품을 팔 시장을 얻었지만,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산업 발전이 가로막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하게 된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국의 교역 규모는 2000억달러(약 219조원)로 2000년 대비 20배 늘었지만, 아프리카 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2.8%에서 10.5%로 줄었다.
중국이 아프리카 각지에 깔고 있는 사회기반시설도 결국 착취의 연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이 기술 이전은 하지 않고 장비와 인력을 본국에서 직접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러시아 영국 등 다른 국가처럼 아프리카인의 이익이 아닌 자국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에 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누시 총재는 노동비 상승에 따른 중국의 경쟁 우위 상실을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의 경쟁력 하락을 기회로 아프리카 자원을 이용하는 공산품 생산기지를 아프리카로 옮겨와야 한다”며 “(중국과 아프리카의) 이혼을 권할 수는 없지만 착취관계를 감안해 결혼 계약 기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향력만큼 높아지는 중국 경계론
1961년 비동맹회의(미국과 옛 소련을 모두 멀리하는 국가들) 성립 이후 아프리카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중국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축적한 외화가 기반이 됐다.
중국은 수단에 80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르는 개발 차관을 제공하는 등 원조를 제공하는 한편 아프리카 35개국에 빌려준 돈 189억6000만위안(약 3조3400억원)을 탕감해 줬다. 정기적으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7월 5차 회의에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억달러의 대규모 차관을 아프리카에 제공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민간 부문의 진출도 늘어 작년 4월 말 현재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는 153억달러로 10년 전과 비교해 30배 늘었다. 지난해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아프리카 자원 수입국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영향력 확대가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잠비아 석탄광산에서 중국인 관리자가 성난 광부들에게 피살당했으며 올 2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인 의사 3명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졌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각국 정상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사업 활동으로 아프리카도 득을 보고 있지만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사타 잠비아 대통령도 늘어나는 중국 자본의 자국 투자와 관련, “외국 자본은 현지 법에 따라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8월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21세기에는 외부인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와 자원만 빼낸 뒤 떠나는 시대가 끝나야 한다”고 중국을 공격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