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이어 뚝섬…멀어지는 '100층 빌딩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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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서울시 제동에 50층 이상 건설도 불가능
주민들은 공청회 열어 "초고층 반드시 지어야"
"유동인구만 하루 5만명…낙후지역 정비 기회"
주민들은 공청회 열어 "초고층 반드시 지어야"
"유동인구만 하루 5만명…낙후지역 정비 기회"
12일 오후 서울 성수동 성락교회 3층 대예배당. 주말도 아닌데 수백 명이 예배당으로 몰려들었다. 성수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조감도) 유치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공청회 발표자와 토론자, 지역주민 등은 삼표레미콘 부지에 초고층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조 발표자로 참석한 나종문 성동희망포럼 대표는 “서울 도심에 남아 있는 삼표레미콘 공장은 뚝섬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골칫거리”라며 “레미콘 공장이 이전하면 비산 먼지가 사라져 성동구민의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도 “초고층이 들어서면 하루에 5만명, 1년이면 1800만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한다”며 “현대자동차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뚝섬 지역을 서울의 새로운 도심으로 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뚝섬 초고층 빌딩 사실상 어려워져
성동구 주민들이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이 서울시 제동에 막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6월부터 사전협상제를 통해 삼표레미콘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안을 추진했다. 사전협상제란 방치된 1만㎡ 이상의 대규모 부지를 상업·업무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와 사업주체가 협의하는 제도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들어 공공기여 부분에 대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작년 10월 110층 건설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팀을 해체한 데 이어 서울시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재인 서울숲 옆에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저층 주거지 위주인 지역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며 “주변지역과 공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원 저층주거지 등의 주변 환경과 연계해서 개발하라는 것은 초고층 건물을 짓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삼표레미콘 부지는 서울시가 지난 1월 마련한 초고층(50층·200m 이상) 입지 기준에도 맞지 않아 특단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초고층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서울시는 도심·부도심의 준주거지역 이상에서만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삼표레미콘 부지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심·부도심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종 일반주거지역에 불과하다.
◆100층 줄줄이 무산
서울 시내 100층 이상 건물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1곳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나마 초고층 개발이 유력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부지 등의 초고층 개발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의 경우 서울시가 상반기 중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기존 사업자인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사업성이 없어 133층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00층 이상 빌딩으로 건축하면 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어 공모조건에 100층 이상을 유지하자는 의견과 상징성 있는 70층 전후로 짓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며 “두 가지 조건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으로 공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00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도 1대 주주인 코레일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앞서 2000년대 중반 세운상가 부지, 삼성동 한전 부지, 잠실동 종합운동장 부지 등에서도 100층 이상 빌딩 건립이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조성근/김동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