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공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시사한 가운데 정부가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인사평가에 본격 착수했다. 임기가 남았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업무수행에 문제가 있는 경영자나 감사는 과감히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일까지 공기업 28곳을 포함, 모두 117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자체 평가보고서를 제출받는다. 4대강 공사를 맡은 수자원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과 한국거래소, 정책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가스공사 남동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 등이 망라돼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이뤄지는 정기평가의 일환이지만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인사를 추려내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받는 경우 재정부는 대통령에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기관장 평가대상이 100곳으로 지난해 70곳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창구로 활용돼온 감사 58명도 평가 대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다.

정부 분위기도 심상찮다. 박 대통령이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지시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직 인사를 ‘재활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였다”며 “원칙적으로 연임은 불가, 임기 보장도 아주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식의 얘기를 흘리고 다닌다는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작심하고 화를 낸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에게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사를 산하 공기업에 전달했다는 식의 보도를 보고 크게 역정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등 정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와 KT, 포스코도 평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마음먹고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금융지주사들이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때까지만 해도 낙하산 인사가 없을 것으로 보고 느긋해 있다가 정부의 기류가 바뀌면서 공공기관 전체가 좌불안석”이라고 말했다.

이심기/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