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경제를 위한 '해독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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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열풍'은 모두 지쳤다는 신호
투자를 막는 규제, 反기업정서 등
기업가 정신 꺾는 독소 뽑아내야"
이동근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
투자를 막는 규제, 反기업정서 등
기업가 정신 꺾는 독소 뽑아내야"
이동근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방황해도 괜찮아’ ‘아프니까 청춘이다’….
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의 책 제목들이다. 모두 ‘힐링(healing)’ 관련 서적들이다. 도서만 그런 게 아니다. TV, 영화, 연극까지 솔직한 고백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를 통해 불안한 삶을 치유해 주는 힐링 트렌드가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잡았다.
힐링과 다른 각도에서 해독이란 의미의 ‘디톡스(detox)’도 인기다. 마음의 치유에서 나아가 우리를 중독시키는 각종 유해물질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고 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블루베리를 비롯해 토마토와 견과류 등의 식품류, 이불청소기·에어워셔와 같은 가전제품,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힐링해 주는 아날로그 여행, 뷰티와 해독을 합친 미용업계 뷰톡스까지 시장에서는 ‘디톡스’ 제품이 제철이다.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은 남해의 외딴 섬에 ‘힐링캠프’를 차리고 실패한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했다. 여기에는 납품대금을 떼여서 연쇄 도산한 기업인, 골목상권의 슈퍼마켓 사장, 구제역 파동으로 망한 고깃집 주인 등이 참가해 사업실패의 좌절감과 세상에 대한 원망이라는 독기를 빼내는 시간을 가졌다. “270명 근로자가 바삐 움직이던 공장이 문을 닫을 땐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달 내내 눈물을 쏟고 일출 앞에 서니 재기의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던 한 기업인의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힐링과 디톡스 열풍은 우리 국민과 기업인들이 그만큼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고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만성피로가 누적돼 경제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가계 빚은 1000조원으로 늘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좌절하고 조기 퇴직한 중장년층은 ‘가게라도 내보자’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창업에 나서지만 태반이 실패한 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불행한 이들이 많은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불행치유가 절실하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적절한 방향이다. 장기불황에 지친 국민과 기업들을 보듬어 주고 치유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써 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정부의 힐링정책이 제대로 달성되려면 ‘한국 경제 디톡스’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독소이기 때문에 디톡스를 해야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재정투입 없이 가능한 일자리 해법으로는 규제개혁만한 것이 없다.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인도 “농지 규제가 풀려 200평짜리 공장을 짓고 인력도 50명을 새로 뽑아 기업도 발전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反)기업정서도 디톡스 대상이다. 최근 4년 사이 최저로 뚝 떨어진 기업호감도가 보여주듯 지금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기업인을 경멸하는 사회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기업하기가 힘들어지면서 가업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도 신사업에 진출하기를 꺼리다 보니 신성장동력 창출도 순조롭지 못하다. 기업이 반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따뜻한 눈길을 보낼 때라 생각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70년대 ‘영국병’이라는 독을 뽑아내고 영국의 경제를 치유해냈다. 스스로를 ‘국가질병에 주사를 놓는 간호사’라고 말했을 정도다. 또 다른 여성 총리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8대 개혁정책으로 이른바 ‘독일병’을 치유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그 어깨에는 유로존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고속성장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아픈 곳을 보듬어 힐링해 주기를 기대한다. 힐링의 처방으로 복지확대와 함께 경제활력, 기업가 정신의 회복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이동근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
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의 책 제목들이다. 모두 ‘힐링(healing)’ 관련 서적들이다. 도서만 그런 게 아니다. TV, 영화, 연극까지 솔직한 고백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를 통해 불안한 삶을 치유해 주는 힐링 트렌드가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잡았다.
힐링과 다른 각도에서 해독이란 의미의 ‘디톡스(detox)’도 인기다. 마음의 치유에서 나아가 우리를 중독시키는 각종 유해물질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고 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블루베리를 비롯해 토마토와 견과류 등의 식품류, 이불청소기·에어워셔와 같은 가전제품,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힐링해 주는 아날로그 여행, 뷰티와 해독을 합친 미용업계 뷰톡스까지 시장에서는 ‘디톡스’ 제품이 제철이다.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은 남해의 외딴 섬에 ‘힐링캠프’를 차리고 실패한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했다. 여기에는 납품대금을 떼여서 연쇄 도산한 기업인, 골목상권의 슈퍼마켓 사장, 구제역 파동으로 망한 고깃집 주인 등이 참가해 사업실패의 좌절감과 세상에 대한 원망이라는 독기를 빼내는 시간을 가졌다. “270명 근로자가 바삐 움직이던 공장이 문을 닫을 땐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달 내내 눈물을 쏟고 일출 앞에 서니 재기의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던 한 기업인의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힐링과 디톡스 열풍은 우리 국민과 기업인들이 그만큼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고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만성피로가 누적돼 경제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가계 빚은 1000조원으로 늘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좌절하고 조기 퇴직한 중장년층은 ‘가게라도 내보자’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창업에 나서지만 태반이 실패한 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불행한 이들이 많은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불행치유가 절실하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적절한 방향이다. 장기불황에 지친 국민과 기업들을 보듬어 주고 치유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써 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정부의 힐링정책이 제대로 달성되려면 ‘한국 경제 디톡스’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독소이기 때문에 디톡스를 해야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재정투입 없이 가능한 일자리 해법으로는 규제개혁만한 것이 없다.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인도 “농지 규제가 풀려 200평짜리 공장을 짓고 인력도 50명을 새로 뽑아 기업도 발전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反)기업정서도 디톡스 대상이다. 최근 4년 사이 최저로 뚝 떨어진 기업호감도가 보여주듯 지금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기업인을 경멸하는 사회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기업하기가 힘들어지면서 가업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도 신사업에 진출하기를 꺼리다 보니 신성장동력 창출도 순조롭지 못하다. 기업이 반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따뜻한 눈길을 보낼 때라 생각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70년대 ‘영국병’이라는 독을 뽑아내고 영국의 경제를 치유해냈다. 스스로를 ‘국가질병에 주사를 놓는 간호사’라고 말했을 정도다. 또 다른 여성 총리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8대 개혁정책으로 이른바 ‘독일병’을 치유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그 어깨에는 유로존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고속성장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아픈 곳을 보듬어 힐링해 주기를 기대한다. 힐링의 처방으로 복지확대와 함께 경제활력, 기업가 정신의 회복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이동근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