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선 지난 10일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9명의 수석비서관 전원이 참석한 국정 현안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목표에 대해 수석들부터라도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전략 핵심 축인 ‘창조경제’를 주제로 특강을 한 사람은 윤종록 연세대 융합공학부 교수(56·사진). KT 부사장 출신인 윤 교수는 2009년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 시절부터 박 대통령에게 창조경제의 추진을 조언해왔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설계자’로 불리는 윤 교수를 지난 11일 밤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기업 부서 간, 연구소 간, 정부부처 간 칸막이 문화부터 없애 서로의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가 어떤 개념인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람의 두뇌를 최대한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경제다. 한국처럼 자원은 없고, 가진 거라곤 사람뿐인 나라에 딱 맞는다. 창조경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새로운 경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에 이미 일부 존재한다. 예컨대 한국 경제의 60%가 산업경제라면 30%는 창조경제, 10%는 농업경제다. 박근혜 정부는 이 창조경제 비중을 더 늘려나가자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융합이다. 산업 간, 조직 간, 세대 간 담을 허무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위해선 이런 담을 넘어 서로 간섭해야 한다. 그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스라엘에서 창조경제가 활성화된 건 남에게 서슴없이 간섭하는 이른바 ‘후츠파 정신’(주제넘은, 당돌한, 놀라운 용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간섭을 위해선 사회문화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창조경제는 범위가 넓다. 산업정책뿐 아니라 교육 문화 군대시스템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 자체가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산업경제에선 손발만 부지런하면 된다. 중요 덕목도 근면 자조 협동이다. 그러나 산업경제는 이제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우린 손발이 아니라 두뇌를 쓰는 창조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창조경제에선 도전 상상 창조가 필수 덕목이다. 이를 위해선 사회 전체가 리엔지니어링(체질 혁신)돼야 한다.”

▷창조경제에선 연구·개발(R&D)도 중요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그러나 R&D는 1%의 석·박사 영역이다. 이것만으론 창조경제가 안된다. 나머지 99%의 일반인, 예컨대 학생 주부 퇴직자 등의 상상력을 끌어내야 한다. 난 이걸 I&D(Imagination & Development, 상상·개발)라고 부른다.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씨앗이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 곳곳에 섞임 문화, 뻔뻔하게 질문하고 쳐들어가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창조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정부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창조경제를 위해 우리 부처가 다른 부처의 무엇을 간섭했고, 도왔는지를 갖고 부처들이 경쟁해야 한다. 다른 부처가 무엇을 하든 간에 우리 부처만 잘하면 된다는 기존 사고방식을 갖고는 안 된다. 민간 기업 영역에선 이미 융합이 대세다. 이제 정부 조직도 융합의 시험대에 올라갔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언제부터 알게 됐나.

“2009년부터다.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있을 때 쓴 ‘호모디지쿠스(디지털시대 인류)로 진화하라’란 책을 박 대통령이 읽고 연락해와 만났다. 이후 미국에 있으면서도 창조경제와 관련된 트렌드 등의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며 자문 역할을 해왔다.”

윤종록 교수는

1957년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났다. 광주고와 항공대 항공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받았다. 15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해 R&D부문장, 신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내다 2009년부터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이스라엘이 과학기술에 기반한 두뇌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담은 ‘창업국가’란 책을 2010년 번역 출판했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선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