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조6천억 규모, 전체 불법 도박 10.1%…베팅 다양, 조작 쉬워
"청소년 유혹, 폭력 등 2차 범죄 유발"…관련자 엄벌 여론 높아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이 전주(錢主) 등 배후세력을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은 많았지만 그 실체는 단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스포츠 승부조작 행위는 관객을 우롱하고 결과적으로 대중 인기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발본색원돼야 한다.

이 때문에 사설 스포츠토토에 대한 단속과 관련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검찰 "승부조작 배후를 밝혀라" =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전달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지난달 28일 브로커 최모(37)씨를, 지난 6일 전 프로야구 선수 조모(39)씨를 각각 구속했다.

지난 11일에는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원주 동부 강동희(47) 감독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후 전주로 의심되는 A(33)씨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A씨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때 사설 스포츠토토를 운영한 인물이다.

지난해 제주지법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승부조작 브로커 가운데 조직폭력배 행동대원과 추종자가 포함됐다.

A씨가 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승부조작에는 반드시 전주가 등장한다.

브로커가 전주에게 적지 않은 돈을 받아 선수나 감독, 심판 등을 포섭한 뒤 승부를 조작한다.

그동안 스포츠 승부조작과 관련, 검찰 수사로 브로커와 선수·감독 등이 검거되기는 했지만 배후는 단 한번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조직폭력배 일부 가담도 확인했지만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 사설 스포츠토토가 뿌리…베팅 다양해 승부조작 용이 = 14일 검찰과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승부조작 일부는 사설 스포츠토토가 매개였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가 운영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승부조작이 쉽지 않다.

감독이나 선수 혼자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그러나 사설 스포츠토토는 다르다.

고액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베팅 상한액이 높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특히 다양한 방식의 베팅이 이뤄져 승부조작이 쉽다.

선수 1~2명이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

야구의 1회 볼넷 여부, 배구의 점수 차 등의 방식이 그렇다.

이 같은 사설 스포츠토토 규모는 지난해 7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사감위는 분석했다.

전체 불법 도박 규모 75조1천억원의 10.1%에 달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설 스포츠토토는 성인 인증절차가 없어 청소년이 도박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폭력, 금품 갈취 등 2차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관련자 처벌·사이트 단속 강화' 목소리 높아 =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은 2011년 5월 창원지검 수사로 축구에서 먼저 드러났다.

이후 2012년 배구와 야구, 최근 농구까지 연이어 터졌다.

전주와 브로커, 가담 선수 등이 적발돼 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승부조작을 근절하기에는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때는 브로커 1명이 당시 최고형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현역 선수 가운데 7명은 1~2년의 징역형, 27명은 집행유예 또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근절 여론이 높아지자 이듬 해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징역 7년 이하, 벌금 7천만원 이하로 처벌이 강화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역 야구 선수 두 명은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배구 선수 1명과 브로커 1명은 각각 징역 2년, 그리고 여자 배구 선수 2명은 벌금 700만원에 그쳤다.

한 검사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감독이 스포츠 스타라는 동경과 동정론에 가려져 죄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로농구의 경우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만큼 수사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스포츠계에서는 감독의 자율권을 거론하고 있지만 수많은 팬을 기만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국회의원은 "승부조작의 근원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고 즉시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사이트 이용자가 자진 신고할 경우 일정 부분 보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