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모태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출자하는 등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과 한국벤처투자(사장 정유신)는 14일 서울 서초동 VR빌딩에서 468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중소·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2013년도 모태펀드 운용계획’을 발표했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정부가 4680억원을 출자한 후 연기금과 대기업 등으로부터 1 대 1 매칭(matching) 방식으로 투자받아 1조원가량의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모태펀드는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먼저 39세 이하 청년 창업자가 설립한 기업에 투자하는 청년창업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한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창업초기전용펀드는 1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엔젤투자자가 창업 초기 기업에 1 대 1로 투자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이와 함께 창업·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성장사다리펀드(500억원)도 처음 도입한다. 재원 가운데 40% 이상을 창업 기업에, 20~60%를 중견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대상 업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벤처투자 회수 시장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정책도 내놓았다. ‘투자-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만기가 돌아온 벤처펀드가 처분하지 못한 피투자자산을 인수하는 세컨더리펀드(1800억원)를 조성하고 중소·벤처기업 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지원하는 ‘M&A전문펀드’(1000억원)도 결성한다.

제3시장 ‘코넥스(KONEX)’ 활용도도 높이기로 했다. 코넥스 상장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전문펀드를 조성해 시장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 차장은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를 정보기술(IT) 창업 및 벤처투자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며 “상반기에 출자 예정액의 70%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고 민간 자본을 꾸준히 유치하는 등 시장을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모태펀드를 포함한 신규 벤처 투자 규모는 총 1조233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김 차장은 “상반기에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다소 투자가 부진했지만 하반기부터 정부의 벤처 투자 확대 방안 등에 힘입어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규 벤처 투자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 조성되는 펀드는 1조원 규모이지만 지난 2~3년 동안 결성된 펀드에서 소진되지 않은 투자 재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벤처캐피털 업계가 올해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김병근/오동혁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