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주가조작 사건 조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복잡한 조사 절차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14일 “기존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사, 조사, 처벌 절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간이 지연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조사에서부터 처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을 비롯해 각종 법을 개정할 부분이 적지 않아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조작 사건은 한국거래소가 불공정거래 관련 심리를 마치면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조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제재를 내리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증선위가 형사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한다.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본격 수사를 거쳐 재판으로 진행되는 데, 보통 주가조작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기까지는 2~3년이 걸릴 때도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은 우선 검찰과 법원 등 사법 프로세스가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 차원에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초기정보 수집에서부터 조사, 증거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감독기구 내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조사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에서 80여명이 1800여개 상장사의 실시간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있지만, 지능화되고 있는 주가조작 사건에 대응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검찰과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 이 부분에 대한 조사 시스템 확충도 고려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