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가 진행중인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시범아파트 59㎡에 잡혀있는 저당권, 압류, 가압류 등의 채무총액은 6억9100만원이다. 이 아파트 감정가격 4억5000만원보다 2억4100만원 많다. 감정가격에 낙찰된다고 해도 채무자들은 2억41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한다.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용산개발사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처지가 되자 이 물건은 지난 14일 4번째 유찰돼 최저 응찰가격은 감정가격의 41%인 1억8432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수준에 낙찰된다면 채권자들은 5억668만원을 허공에 날린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경매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용산 지구가 속한 이촌동에서 올들어 경매당하는 집들의 채무가 16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낙찰가격이 떨어져 집주인들과 채권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촌동 아파트 빚 16억원 달해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은 1월부터 3월 현재까지 법원 경매에 부쳐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14건의 평균 채무액이 한채당 15억9302만원에 달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채무액은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가액과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합한 금액으로 해당 물건이 지고 있는 전체 빚을 뜻한다. 반면 아파트당 평균 감정가격은 10억6964만원으로 채권액의 67% 수준에 그쳤다.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자마자 바로 낙찰된다고 해도 집주인이 갚지 못하는 빚이 평균 5억원 이상인 셈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 사업에 수용될 예정이던 서부이촌동 주택의 평균 감정가격은 8억1500만원, 평균 채무액은 6억7948만원으로 아파트를 경매 처분해도 정리하지 못하는 빚이 1억원을 웃돌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동부이촌동의 평균 감정가격은 11억4500만원, 평균 채무액은 28억3천657만원이었다.

이처럼 빚이 많다보니 경매당하는 집들이 급증하고 있다. 경매에 넘어간 이촌동 아파트는 2007년 28건에서 작년 11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아파트 25건, 연립주택 1건이 경매돼 아파트 17건이 유찰됐다.

◆반토막 낙찰 등장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3월 현재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이촌동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5.5%다. 서울 평균(75.53%)을 10% 포인트 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실제 용산지구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13일 서부이촌동의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84㎡는 감정평가액(12억원)의 54%인 6억48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단지 내 114.96㎡ 역시 감정가 17억원에서 세 차례 유찰돼 지난해 11월 9억16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과거 시세 대비 가격이 반토막 났으며 용산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향후 낙찰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부동산태인의 정대홍 팀장은 “앞으로 향후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용산사업의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촌동 물건을 가져가려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감은 이촌동을 넘어 용산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용산구 집값은 사업좌초 위기가 불거진 지난 한 주 동안에만 0.4% 내려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경매시장에서도 용산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3월 현재 65.5%에 불과하다.

한강로 국제타운공인 송인규 대표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이촌동 및 주변 재개발 지분 시세가 급락하는 추세”라면서 “용산사업과 관련해 가시적·중장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