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데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 중 용기를 내 마음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이들도 있다. 이 같은 경우를 두고 흔히 ‘차였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때 실제로 뇌가 누군가에게 아랫배를 발로 차였을 때와 똑같은 수준의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드워드 스미스 미국 컬럼비아대 생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4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연당한 40명에게 상대방의 사진을 보여준 후 fMRI 촬영 장비로 신경물질 전달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전달하는 신경물질의 일부가 평소와 다른 경로로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아랫배를 발로 차였거나 손과 발에 뜨거운 커피를 쏟았을 때의 이동 경로와 같았다. 스미스 교수는 “실연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일반적인 분노보다 더 고통스러우며 신체적으로 아픔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질투에 눈멀다’는 표현도 실제 신체적 반응과 관련돼 있다. 스티븐 모스트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창 열애 중인 커플을 가까운 곳에 앉게 한 후 각자 다른 컴퓨터 모니터를 보게 했다. 여성에겐 여러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보여주고 풍경 사진만 고르게 했다. 한편 남성에겐 다른 여성들의 모습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이들의 매력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 그리고 실험 도중 여성들에게 자신의 연인이 다른 여성의 사진을 보며 매력 점수를 매긴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여성들은 이전과 달리 갑자기 모니터에서 풍경 이미지를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심인성 시각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인성 시각장애는 정신적·심리적 원인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다. 연구팀은 “감정에 의해 신체적 장애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감정 조절을 잘해야 이로 인한 신체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