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사진)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소득을 고의로 탈루하는 자산가, 기업인, 고소득 전문직들에게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지난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시절 신설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 이 팀은 재산을 국내외에 은닉한 대기업 사주나 대자산가를 집요하게 추적, 두 달여 만에 약 4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고소득자 등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고 30년 전 기록까지 찾아보는 등 치밀하면서도 입체적인 조사를 통해 고액 탈세·체납자를 무더기로 걸러냈다.

특히 지난해 5월9일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재산을 빼돌려 국세체납 처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적발, 807억원을 추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10여년 전 지방자치단체에 공익 목적으로 수용된 토지의 용도가 변경돼 환매권(정부에 수용당한 재산에 대해 원래의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발생하자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환매에 나섰다가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에 들통이 났다.

김 후보자는 당시 6개 지방청 17개팀(192명)을 진두지휘해 이런 성과를 냈다. 그는 서울청 세원관리국장, 조사1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탈루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력 때문에 올해 국세청의 당면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고액체납자 체납정리 작업이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여건이 어려운 시기에 새 정부의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국세수입을 확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인화를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후배들이 닮고 싶은 대표적인 ‘덕장(德將)’으로 꼽힌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국선도를 즐기며 부인 황귀자 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2010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대전(54) △대전고, 중앙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7회 △천안세무서장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조사1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징세법무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