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는 스타일은 ‘아이 콘택트(eye contact·눈맞춤)형’이라고 한다. 모 수석비서관은 “임명장을 받고 나서 처음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보고자료를 내밀었는데, 대통령께서 자료는 열어 보지도 않고 책상 옆으로 치워 놓았다”며 “처음에는 약간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대통령이 자기에 대해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일로 화가 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으라고 하면서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고 한다. 이 수석은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얘기를 시작해서 처음에는 좀 어색해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랐다”고 했다. 1시간여 보고 시간 내내 자료 없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는 “박 대통령이 여러 현안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본인 생각을 먼저 쭉 얘기한 후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현안을 하나하나 대화하면서 꼼꼼히 짚어가는 식으로 보고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수석들의 보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다른 수석비서관은 “보고자료를 치워 놓고 보지 않아 ‘다음부터는 자료를 만들지 말라는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들으니 보고자료를 읽지 않는 것이 아니고 저녁에 관저로 가져가 밤 늦게까지 밑줄을 쳐가며 꼼꼼히 읽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