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처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할 학급 담임교사를 맡지 않으려는 ‘담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바람에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 교사 대신 담임을 맡는 비율이 높아져 논란을 빚고 있다.

○늘어나는 기간제 담임교사

일선학교 교사들 "담임 안맡겠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정규 교사들이 담임교사를 꺼리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의 한 고교 교감은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고3 담임을 맡겠다는 교사는 많으나 상대적으로 생활지도가 어려운 1·2학년 담임을 맡으려는 교사가 적어 학기 초 담임 업무를 맡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담임 기피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중학교로,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업무량과 책임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고 일선 교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고학년일수록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규 교사들이 맡지 않으려는 담임교사 역할은 기간제 교사들이 메우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특수학교 포함) 기간제 교원 3만9974명 중 1만8344명(45.9%)이 학급 담임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2010년 31.3%였으나 2011년 40.1%, 지난해 45.9%로 증가했다. 특히 전체 기간제 교사 가운데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은 비율은 2010년 43.9%, 2011년 55.7%, 지난해 67.3%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학교폭력 대처에 미흡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학생 생활지도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학생들 관리 문제로) 학부모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정규 교원들이 담임을 맡거나 생활지도를 회피하는 현상이 심해진다”며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으면서 학교폭력 대처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간제 교사도 “기간제 담임교사는 신분이 불안하다보니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간제 담임교사가 증가한 데는 정부 정책도 한몫한다. 생활지도 등으로 교사 수요는 늘어나지만 미래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행정안전부가 교사 정원을 동결하고 있어 일선 학교에서는 임시로 기간제 교사를 뽑는 경우가 많다.

또 교총이 최근 서울지역 6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의 혼란으로 교장 등 인사발령이 늦어진 데다 올해 명예퇴직 교사가 늘어나면서 대부분 학교가 최대 5명까지 교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는 뒤늦게 기간제 교사를 구하느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폐쇄회로TV(CCTV)를 늘리기보다는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학생 생활지도에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