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토요일인 16일 서울 수송동 코리안리 빌딩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그는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파견 나온 비서실 직원들에게 간단한 업무보고를 받고 현황을 파악했다.

인터뷰는 이날 10~20분씩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오전 9시께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이후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번꼴로 사무실 밖에 나왔다. 처음에는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장관에) 임명된 뒤 시간을 마련할 테니 그때 자세히 얘기하자”며 말을 아끼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점심을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고, 오후 4시 넘어 퇴근했다.

▷방송을 잘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과 통신은 기술적인 부분이 똑같다. 통신이 방송을 하고, 방송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통신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반면 방송은 그렇지 않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차이 정도만 있다.”

▷김종훈 전 후보자와는 예전부터 알았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비동기전송모드(ATM)로 통신장비 시제품을 완성했을 때였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미국에서 한국 사람이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 상용화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게 김종훈 박사였다.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는 우리보다도 1년이나 먼저다. 큰 회사도 아니고 ‘유리시스템즈’라는 벤처기업이어서 더욱 놀랐던 생각이 난다. 그 뒤 서울 상암동에 있는 서울벨연구소와 ETRI가 ‘코히어런트 트랜스미션’이라는 차세대 광통신기술을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을 때 본 적 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김 전 후보자가 창조경제 보고서를 만들어놓고 떠났다는데.

“나는 지금 하루밖에 안 됐다. 아이디어는 직원들에게 남아 있겠지만 보고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ETRI 원장으로 있을 때 ‘이지(easy)IT’ 시리즈(책)를 많이 펴냈다.

“이공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렵게 이야기해도 다 알아듣는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편 머릿속까지 생각해서 말해야 하니까 연구만큼 어려운 일이다. 국민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이지 IT’ 시리즈를 냈다.”

▷삼성그룹이 인문계생을 뽑아 소프트웨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요즘은 대학에 복수전공이 있어 배우고 싶은 것을 융합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학생들도 할 만하다고 말한다. KAIST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적성에 맞아서 오는 친구들과 또 하나는 과학고에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가 점수 따라오는데, 인문사회적 감수성이 있는 애들이 꽤 있다. 그런 학생들은 경영대나 문화기술(CT)대에서 수업을 많이 듣는다. 경영학과 학생들도 제법 많이 수업을 들으러 온다. 컴퓨터 코딩은 C언어든 무엇이든 이제 다 생활이 됐다.”

▷장남이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학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바이오메디컬을 공부했다. 지금은 미국 뉴욕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 엄마(아내)는 의과대학으로 가라고 자꾸 꾀었는데 자기(장남)가 과학고를 다니더니 의대 안 간다고 선언했다. 나도 과학자가 돼라고 했다. 우리 시대는 먹고살기 급해 엔지니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기초과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둘째 아들은 경영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기업에 취직했다.”

▷자녀가 스스로 진로를 정했나.

“나는 (장남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간섭하지도 않았다. 애들이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내버려둔다. 내가 못해봤기 때문에 이런 걸 해봐라, 이런 방향으로 가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부모 중에 15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보영/임근호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