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협회 전지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에 이어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까지.’

국내 전자업계의 4대 협회장직을 모두 현직 삼성 최고경영자(CEO)들이 맡는다. 전자업계에서 삼성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협회장까지 삼성이 차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오는 20일 서울 상암동 전자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번에 회장 임기가 끝나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앞으로 3년간 이 단체를 이끌게 된다.

KEA는 1976년 국내 전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자산업진흥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2008년 정보통신 분야까지 아우르게 돼 회원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디스플레이협회(2007년)와 전지산업협회(2011년)로 분화했다.

KEA 관계자는 “신임 회장 후보에 여러 사람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권 부회장을 추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2004년부터 9년간 이 단체 회장을 맡아온 것을 감안하면 KEA는 12년간 삼성 CEO들이 이끌게 됐다.

앞서 지난 8일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사장)은 임기 3년의 9대 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전 협회장이었던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CEO직에서 물러난 뒤 박성욱 신임 SK하이닉스 사장이 협회장직을 넘겨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 단체 역시 삼성 CEO를 새 회장으로 택했다.

디스플레이협회장도 삼성 CEO들이 연이어 맡고 있다. 조수인 삼성전자 사장이 2011년 2월부터 협회장을 맡다가 지난 2월부터는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조 사장의 협회장 잔여 임기 2년을 넘겨 받았다.

2011년 11월 출범한 전지산업협회는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이끌고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 박 사장은 전지연구조합 이사장직에 올라 2차전지 관련 협회 설립을 주도해 초대 협회장에 취임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윤진혁 에스원 사장도 각각 전파진흥협회장과 산업기술보호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