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국민은 더 내는데 정부는 2조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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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2007년 이후 부족액 6조
일반 가입자 '부글부글'…정부는 뒷짐만
일반 가입자 '부글부글'…정부는 뒷짐만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원하기로 해놓고 지급하지 않은 돈이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처럼 매년 지원금을 적게 내면서 건보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을 통해 꼬박꼬박 보험료를 추가 징수하고 있어 건보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봉급생활자 등의 건보료 정산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국고보조금 축소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고의로 예상수입 낮추나
1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건강보험에 지원한 금액은 △직접지원(일반회계) 4조3359억원 △담배부담금을 통한 지원 1조72억원 등 총 5조3431억원이었다.
이는 건강보험료 전체 수입(36조3899억원)의 14.6%에 불과한 것이다. ‘건보에 대한 국가지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의 20%’로 돼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에 5.4%포인트 모자란 것으로 금액으로는 1조9348억원 정도다. 국고지원금은 건보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체 건보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20%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것으로 이번 부족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목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법 조항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매년 예상수입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에 책정하는 예상수입은 경험적으로 항상 실제 수입보다 적다”며 “그러다 보니 명목상 20%의 비율로 책정해봤자 실제 비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고지원액은 2007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법정비율인 20%에 미치지 못했다. 부족액은 최근 5년간 누적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바람에 보험가입자와 병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험 가입자만 봉이냐”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보공단 예산편성 과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회가 건강보험의 예산을 심의하지 않아 국고지원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건강보험 예산을 복지부 장관 승인에만 맡겨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보험료를 꼬박꼬박 정산해 내고 있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건보공단은 매년 4월 건보료 정산을 통해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한다. 전년도에 올라간 임금을 반영해 추가 부담을 물리는 것이다.
이렇게 건보가 추가로 징수해간 돈은 최근 5년간 7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에만 716만명이 1조6235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냈다. 지난해 건강보험 수입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만큼 다음달에 추가로 걷는 보험료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부담을 회피하고, 일반 가입자는 추가로 부담을 지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건보가 3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가 징수를 당하면 불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고지원금 부족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기획재정부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에 정부가 지원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이 한시적(2017년까지)으로 이뤄지는 것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사후정산을 통해서라도 모자라는 금액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봉급생활자 등의 건보료 정산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국고보조금 축소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고의로 예상수입 낮추나
1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건강보험에 지원한 금액은 △직접지원(일반회계) 4조3359억원 △담배부담금을 통한 지원 1조72억원 등 총 5조3431억원이었다.
이는 건강보험료 전체 수입(36조3899억원)의 14.6%에 불과한 것이다. ‘건보에 대한 국가지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의 20%’로 돼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에 5.4%포인트 모자란 것으로 금액으로는 1조9348억원 정도다. 국고지원금은 건보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체 건보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20%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것으로 이번 부족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목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법 조항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매년 예상수입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에 책정하는 예상수입은 경험적으로 항상 실제 수입보다 적다”며 “그러다 보니 명목상 20%의 비율로 책정해봤자 실제 비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고지원액은 2007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법정비율인 20%에 미치지 못했다. 부족액은 최근 5년간 누적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바람에 보험가입자와 병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험 가입자만 봉이냐”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보공단 예산편성 과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회가 건강보험의 예산을 심의하지 않아 국고지원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건강보험 예산을 복지부 장관 승인에만 맡겨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보험료를 꼬박꼬박 정산해 내고 있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건보공단은 매년 4월 건보료 정산을 통해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한다. 전년도에 올라간 임금을 반영해 추가 부담을 물리는 것이다.
이렇게 건보가 추가로 징수해간 돈은 최근 5년간 7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에만 716만명이 1조6235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냈다. 지난해 건강보험 수입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만큼 다음달에 추가로 걷는 보험료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부담을 회피하고, 일반 가입자는 추가로 부담을 지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건보가 3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가 징수를 당하면 불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고지원금 부족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기획재정부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에 정부가 지원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이 한시적(2017년까지)으로 이뤄지는 것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사후정산을 통해서라도 모자라는 금액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