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국내 연구기관들의 경쟁력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연구 성과물인 논문을 기준으로 삼았다. 과학 역량 평가에는 이외에도 특허, 기술료 등 다양한 지표를 사용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결과도 다소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에선 공공 연구기관의 세계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고 연구 정보조차 얻기 힘든 게 가장 큰 문제다.

국내에서 많이 인용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과학경쟁력 평가는 연구·개발(R&D)비, 연구인력, 논문, 특허 등 23개 지표를 사용해 국가별 과학 역량을 종합 평가한다. 한국이 2009년 3위, 2012년 5위에 오르는 등 성적이 좋은 이유는 R&D비용 등 우리나라가 강한 지표가 전체 평가 항목의 43.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과학연구 수준, 산학 간의 지식 전달 정도 등 설문을 이용한 지표도 합산하는데 주관적 항목이 많아 순위 타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개별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게 한계다.

유럽에선 R&D 예산 등 연구에 투입한 재원을 평가 기준으로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6개 회원국 연구기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연구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ER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스웨덴 국가연구회 산하 사이버메트릭스연구실은 웹에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전 세계 7532개 연구기관의 순위를 선정하고 있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대학 분야에서 서울대가 154위, KAIST가 171위, 병원 분야에서 삼성서울병원이 154위, 서울대병원이 354위 등 상위에 올랐지만 출연연구소 중에서는 ETRI가 769위, KIST가 1183위에 오르는 데 그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웹사이트 활동이 미흡하고 정보 공개에도 인색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연구기관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수조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국공립연구소와 출연연구기관들을 평가할 도구 자체가 없었다. 이와 관련,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합쳐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연구기관 간 협력 확대와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출연연구소 정보공개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학의 공대 교수는 “기술 지원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이 공공 연구기관의 연구 분야와 참여 과제 등을 확인하려고 해도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예산을 쓰는 출연연구소가 사립대학과 일반 기업들보다 공개하는 정보가 적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