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조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쓰는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 논문 성과를 기준으로 세계 500위권에 들어가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신문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스페인계 학술평가 기관인 SRG(SCImago Research Group)가 내놓은 ‘SIR 월드리포트 2012’를 토대로 국내 연구기관의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다. SIR 월드리포트는 세계 최대 학술 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에 오른 최근 5년간의 논문을 기준으로 세계 106개국 3290개 연구기관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대표 출연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589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650위에 머무는 등 세계적 연구기관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전남대(525위), 울산대(563위)보다도 논문 성과가 떨어졌다. 대학, 국공립 연구소, 정부 출연연구소, 병원 중 서울대만 51위로 유일하게 100위권에 들었다.

이번 분석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실현이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과학 역량이 여전히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국가 연구·개발 타워인 출연연구소들의 칸막이를 허물고 규모를 키워 융합 연구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제로 성장 시대’로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