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급여를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한 선행으로 언론에 보도된 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 박우현 씨(본지 2013년 2월5일 보도)가 사실은 재판 중인 아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부금도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의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울산지역 한 조간신문 2면 광고란에 박씨는 이런 내용을 밝힌 사과문을 게재했다. 박씨는 현대중공업 생산직으로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인과 함께 매달 급여의 일부를 저축한 돈 1억원을 대한적십자사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박씨는 사과문에서 당시 기부금이 아들 기연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거둔 ‘합당하지 못한 수입’이었다고 밝혔다. 기연씨는 울산의 한 플랜트 업체 간부로 근무하면서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달 울산지법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4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씨의 ‘선행’을 알렸다. 현대중공업은 박씨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입사 직후부터 부인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요 신문과 방송이 박씨의 기부를 미담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박씨가 사과문을 내면서 현대중공업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박씨와 면담한 결과, 박씨가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인 아들 기연씨의 형량에 정상참작이 되기를 바라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박씨는 담당 변호사의 조언으로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기부를 받은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박씨는 지난 25년 동안 생산 현장에서 총 1512건의 공정 개선안을 도출하고 특허 출원한 베테랑 기능인으로,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