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는 특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사진은 안 된다. 사진을 올리면 동시에 현재 위치도 자동으로 표시된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그레이삭스’가 최근 내놓은 SNS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해프닝’ 얘기다.

서울시 후암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이 그레이삭스 대표(41·사진)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공유하는 소셜 플랫폼”이라며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존 SNS가 시도하지 않았던 ‘동시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서울에 비가 많이 와 지하철역이 침수되는 등 ‘물난리’가 났을 때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강남역 침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싶었던 그는 트위터를 검색해 몇 장의 사진을 발견했으나 언제 찍은 사진인지, 강남역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 대표는 “현장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SNS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 미디어도 트위터 사진을 인용해 오보를 낸 적이 많다”며 “해프닝의 사진은 현장 정보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동시성은 미디어로서의 기능 외에 또 다른 매력으로 이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기존 SNS와 달리 해프닝에 사진이 올라오면 ‘이 사람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며 “그 점에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해프닝을 운영하며 특이한 사용자 패턴 두 가지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상의 모습을 포장 없이 올린다는 것”을 한 가지로 꼽았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은 정제된 모습, 즉 자신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위주로 올리지만 해프닝은 일상을 그대로 담기 때문에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이 주는 생동감을 의미 있게 여기는 사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나머지 한 가지다. “일상을 그대로 올리니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기 쉬운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지병에 걸려 외출이 어려운 한 사용자가 ‘해프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낙’이라고 한 적도 있다”며 “공감대를 느끼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코넬대 전자공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를 거쳐 2007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도입 시기 아이폰에서 작동하는 악기 연주 앱 ‘드럼 마이스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후 ‘스트링 트리오’ ‘초성변환’ 앱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입소문이 났다.

이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관련 콘퍼런스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가해 해외 정보기술(IT) 업계와 교류했다”며 “올해 상반기 국내 30만명, 해외 70만명의 이용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