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 개발방식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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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환지방식 안된다" 반대…서울시 "땅값 절감 위해 일부만 환지"
주민들 "개발 차질 우려"
주민들 "개발 차질 우려"
서울 최대의 무허가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가 충돌했다.
서울시가 구룡마을 토지주에게 현금 보상 대신 개발지역 내 땅으로 보상해주는 ‘환지(換地) 방식’을 도입한 것에 대해 강남구가 토지주들에 대한 특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강남구의 갑작스런 반발에 2016년 말까지 임대아파트 2750가구를 건설하겠다는 서울시의 공영개발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강남구 “환지 방식 토지주만 특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환지 방식을 적용해 투기세력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서울시가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인·허가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구룡마을 땅주인 109명 중 990㎡(옛 300평) 이상의 보유자는 44명이다. 3300㎡(옛 1000평)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도 5명이다. 인근 개포주공 1,2단지 땅값이 3.3㎡당 40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주택건축이 가능한 환지를 받은 토지주는 향후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환지 방식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아 개발이익 환수도 불가능하다.
신 구청장은 “무허가 판자촌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구룡마을 공영개발 목적에 맞게 돈으로 보상하는 수용 방식을 적용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 “환지 방식 부작용 없어”
서울시도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구룡마을 환지는 전체의 18%(5만4000㎡) 이하에 불과하고, 나머지 82%는 SH공사가 땅을 직접 매입하는 수용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환지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땅 매입비를 줄여서 임대주택 임대료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수용방식을 적용할 경우 사업자인 SH공사가 8000여억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환지 방식을 섞을 경우 절반인 4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개발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나중에 들어서는 임대주택(1250가구) 임대료를 낮출 수 있어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등 궁극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강남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전문가들과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반발로 구룡마을 공영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당초 계획대로 2014년 4월까지 토지 이용과 이주, 보상 등이 담긴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허가하더라도 강남구가 2014년 6월께로 예상되는 환지계획 승인을 거부하면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환지(換地) 방식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환지)을 주는 것을 말한다. 도시개발법상 공공시설의 설치 및 변경이 필요하거나 개발 지역의 땅값이 인근 지역보다 비싸 보상금을 주기 어려울 때 적용할 수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