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박한철 헌법재판관(60·사법연수원 13기·사진)은 21일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맡아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흡 소장 후보자의 중도 낙마로 지난 1월21일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지 꼭 2개월 만에 헌재에 새로운 수장이 지명됐다. 하지만 송두환 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22일 퇴임하면 새 재판관 취임 전까지 한 달가량은 ‘7인 재판관 체제’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관은 소장을 포함해 9명이 법에 정해진 정원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해 병역문제는 없지만 전관예우 논란으로 청문회장에서 또 한번 고개를 숙여야 할 상황이다. 박 후보자는 2010년 7월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가 2011년 1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는데 그 사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몸담았다. 변호사로 4개월간 일하면서 2억4000만원의 보수와 에쿠스 승용차를 지급받은 것을 놓고 당시 청문회 때도 전관예우 논란이 있었다. 박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로펌에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4개월간 직접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도 거액을 받은 것이 또 한번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박 후보자는 ‘강골검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2005년 ‘유전게이트’(철도공사의 해외 유전개발 투자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 수사 때는 59건의 범죄혐의를 밝혀내 열 차례나 윤씨를 기소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및 떡값 수수 명단이 폭로돼 검찰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삼성 비자금 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았는데 바로 이어진 특검 수사의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특수수사 경력에도 불구, 대검 공안부장을 지내 ‘공안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검 공안부장 시절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없어진 공안3과를 부활시켰다. 대표적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법무장관과 김학의 법무차관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공안 출신이어서 ‘공안 쏠림현상’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그의 지명에 대해 “‘공안 헌재’를 우려하게 하는 부적절한 지명”이라고 비판했다.

헌재 결정에선 그의 보수 성향이 확인된다. 2011년 12월 헌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한정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 박 후보자는 이동흡 전 후보자와 함께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SNS와 인터넷상 표현행위가 무제한 허용되면 선거 과열로 연결돼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후보자는 자작시도 짓고 한시, 영시에도 능한 문학애호가다. 작년 3월 공직자 정기 재산공개 때 그는 10억27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본인과 부인 명의의 예금이 10억5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불교신자인 박 후보자는 부인의 권유로 법보선원이 추진하는 인천 강화도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써달라며 본인 아파트를 기부했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 보증금 2억2000만원, 월세 10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부산 △제물포고, 서울대 법대 △독일 알베르트루트비히대 대학원 수료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동부지검장 △헌법재판관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