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을 팔다 적발되면 매출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고 식품업계에서 영구 퇴출까지 당하게 된다. 또 음식점마다 위생등급을 표시토록 하는 등 먹거리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1일 이런 내용의 정책 추진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격을 앞둔 식약청은 이날 보고의 대부분을 ‘불량식품 뿌리 뽑기’에 할애했다. 불량식품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식약청은 이를 위해 관련 법령 제·개정안을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개정해 학생안전지역 내에서 위생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문구점이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현재 식품을 팔고 있는 문구점의 절반 정도가 위생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생안전지역은 기존 어린이보호구역(유치원·초등학교 정문 반경 300m)과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을 통합한 것이다.

‘식품위생법’도 바꿔 불량식품 제조·판매 업자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을 현행 2~5배에서 최대 10배로 높일 방침이다. 또 광우병과 같은 질병에 걸린 동물을 식품에 사용한 경우에만 적용해 온 형량하한제를 고의적 식품범죄 전반으로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중대한 위반자엔 영업허가를 영원히 내주지 않음으로써 관련 사업에서 퇴출시키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식약청은 업계 자율에 맡겨 온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되 6월 영·유아용 식품과 어린이 기호식품부터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식품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구매대행 식품에 대한 수입신고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은 모두 위생평가를 받고, 이를 간판이나 출입문에 공개하는 음식점위생등급제를 올해 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앞으로 불량식품의 정의를 폭넓게 해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뿐 아니라 허위·과대 광고 등으로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식품까지 ‘광의의 불량식품’으로 간주하겠다는 설명이다.

다음달에는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범정부 불량식품 근절 추진단’이 출범한다. 국무총리실이 총괄하고 식약처가 중심이 될 이 추진단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법무부 관세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한다. 시민감시단 1만5000명의 지원을 받아 강도 높은 민·관 합동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식약청은 내년까지 식품안전정보망을 통합해 유해식품 정보를 일기예보처럼 전파하고 부처마다 제각각인 식품 기준·규격도 대폭 손질해 통일하기로 했다.

김성곤 식약청 기획조정담당관은 “앞으로 5년 안에 유럽과 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먹거리 안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