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부실 검증 '후폭풍'…4번째 낙마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21일 자진 사퇴하면서 청와대는 부실 인사 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 김종훈 미래전략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이 물러난 상황이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사진)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어 정부 고위직의 줄사퇴 파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안과 전문성만 강조하다 보니 검증 절차가 부실했다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차관이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예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청와대가 인선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부실 검증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은 의혹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였지만 사실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사자에게 확인을 요구했지만 강력히 부인해 본인 말을 믿고 임명을 예정대로 진행했던 것 같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엽기적인 사건에 휘말려 물러나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김 차관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본인이 대처를 해야 할 것” “청와대가 그 사람을 옹호해줄 이유도, 비호해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 나온 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 차관의 사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편 김 차관이 사퇴함에 따라 김병관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9일 미얀마 자원개발업체인 KMDC 주식 보유 사실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KMDC 관련 의혹 자체보다는 김 내정자의 주식 보유 사실과 현지 방문 등을 놓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오면서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임명자가 김 내정자에 대해 신념도 있고 능력도 있어 확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임명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강했다”며 “하지만 최근에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에서 자진 사퇴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 가운데 ‘김병관 불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경우 김 내정자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 비판론이 커지는 점도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KMDC 관련 의혹을 계기로 김 내정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퇴 의견을 청와대에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정종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