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 회사들의 스포츠 스타 후원 경쟁이 뜨겁다. 이들 회사가 후원하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해당 종목에서 랭킹 1, 2위를 달리는 ‘초특급 스타’다. 명품 시계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지난 19일 오메가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오메가는 그동안 다른 경쟁 회사에 비해 현역 톱 선수들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그레그 노먼, 비제이 싱 등 과거 랭킹 1위만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그 갈증을 풀게 됐다.

◆오메가, 롤렉스 아성에 흠집

오메가의 루이스 후원은 ‘라이벌’ 롤렉스에 뼈아픈 일격이 됐다. 롤렉스는 골프, 테니스 등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2011년 말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태그 호이어와 결별하자마자 바로 계약을 맺었다. 롤렉스는 과거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톰 왓슨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전용 시계’로 이름을 떨쳤다. 우즈 외에도 필 미켈슨(미국)과 한때 랭킹 1위에 올랐던 마르틴 카이머(독일), 루크 도널드(영국) 등도 롤렉스의 홍보대사다.

여자는 더욱 각별하다. 롤렉스는 2006년부터 산정해온 여자 골프 세계랭킹을 독점적으로 후원해왔다. 랭킹 이름도 ‘롤렉스 랭킹’으로 부르게 만들었다. 랭킹 1위에 오른 선수에게는 반드시 롤렉스 시계를 채웠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후원해온 데 이어 청야니(대만)까지 확보하는 등 ‘넘버 원’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1위가 된 루이스를 경쟁사인 오메가에 내주며 뒤통수를 얻어맞고 말았다.

롤렉스는 그동안 4대 메이저대회의 공식 시계로 선정돼 ‘후원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러나 오메가가 2016년까지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PGA오브아메리카와 계약을 맺으면서 4대 메이저 후원의 상징성에 흠집을 입었다.

◆명품 시계와 톱스타는 공생관계

명품 시계 회사들은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유명 스포츠 스타에게 의존한다. 오데마 피게는 현재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해 리 웨스트우드(영국),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등에 한때 여자 랭킹 1위에 올랐던 크리스티 커(미국)까지 후원 중이다. 축구에서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골잡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테니스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미국) 등도 오데마 피게 시계를 차고 있다.

테니스 랭킹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롤렉스 후원 선수다. 루이비통이 주인인 태그 호이어는 테니스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골프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시계 회사인 로만손은 김연아 선수를 후원했다.

명품 시계 회사들은 여론 주목도가 높은 톱 선수들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 인터뷰나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시계가 TV에 노출되는 효과를 노린다.

◆이들이 차는 시계는 얼마?

명품 시계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 테니스 랭킹 4위인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스위스 시계 회사인 리처드 밀의 홍보대사다. 그가 최근 착용한 시계의 가격은 무려 69만달러(약 7억7000만원)짜리다. 나달은 2010년 리처드 밀과 계약을 맺으면서 5만달러(약 5500만원)짜리 시계를 받았다가 호텔 방에서 분실한 적이 있다.

우즈는 2002년 태그 호이어와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으로 200만달러를 받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100만~2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는다. 여기에 수천~수만달러짜리 명품 시계까지 받아 선수들에게는 매력적인 계약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