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2일 오전 10시13분

코스닥 바이오기업 젬백스&카엘(이하 젬백스)이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제조업체인 H&H글로벌리소스(이하 H&H) 최대주주 지분 20.12%를 단돈 5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인수대금 150억원을 현금이 아닌 젬백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H&H 최대주주에게 주는 걸로 대신했다. 인수 자금을 사실상 회사 매각자로부터 조달했다는 점에서 ‘돌려막기’와 비슷한 일종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젬백스, 5억원에 H&H 인수?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젬백스는 코스닥 상장사 H&H의 최대주주인 한상호 씨 보유 지분 26.82% 중 20.12%를 15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 주당 인수 가격은 4765원으로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달 초 2000원대 초반이었던 H&H 주가는 20일 주식 양수도 계약을 전후해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날 4120원으로 올랐다.

젬백스는 지난 20일 계약금 5억원을 지급했으며, 이날 잔금도 건넸다. 하지만 실제 현금이 나간 건 아니다. 젬백스가 한씨에게 현금을 주는 대신 한씨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한씨가 H&H 최대주주 지분을 젬백스에 넘기는 대가로 젬백스의 BW를 받았다는 얘기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에 대해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인수자가 매각자로부터 일부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인수금액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M&A 전문가는 “M&A라기보다는 BW를 활용한 주식 맞교환에 가깝다”고 말했다. 젬백스 관계자는 “한씨가 주식 양도대금으로 현금 대신 젬백스의 BW를 받고 싶다고 요청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H&H는 또 젬백스를 대상으로 25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음달 23일 새로 배정받은 100만8471주가 상장되면 젬백스의 지분율은 24.81%로 상승하게 된다.

◆종전 대주주도 H&H 주식 되살 수 있어

한씨가 H&H 최대주주 지분을 넘기면서 BW 워런트를 매입해 추가로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도 특이사항으로 꼽힌다.

H&H와 젬백스는 이번 지분 매각 계약을 전후로 각각 이트레이드증권을 대상으로 BW를 발행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 15일 90억원 규모의 젬백스 BW를 인수한 데 이어 이날 150억원 상당의 H&H BW를 사들였다.

한씨는 이트레이드증권이 매입한 H&H BW의 일부(사채권 권면총액 25억원)를 1억원(주당 101원)에 매입했다. 이 워런트는 1년 후 주당 2632원에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의 가격(주당 4765원)보다 40% 이상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셈이다.

이해성/김태호/조진형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