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출범 한 달이 지나서야 간신히 경제팀을 꾸렸다. 역대 최약체란 소리를 듣는 판에 공백도 컸다. 게다가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첫 행보가 기자들을 대동한 민생현장 방문이었다. 물론 현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이 할 일과 하부의 현장조직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경제는 현장에 있을지 모르지만 정책은 수치에 있다. 현장 갈 시간이 있으면 판단자료를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거시경제 운용은 현장의 사례들에 맞춰 개별적으로 집행하는 게 아니다. 정교하게 측정된 통계 분석을 토대로 보편적인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게 부총리가 할 일이다. 민생탐방 나가 사진 찍는 행사를 극도로 기피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라리 정책입안가의 올바른 자세다. 현장은 정치가들에게 나가라고 하면 그만이다. 경제부총리는 시장을 나가 보지 않고는 경제를 모르신다는 것인지.
정부와 한국은행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엇박자만 더욱 도드라지는 형국인 점도 우려스럽다. 현 부총리는 경제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책파트너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미약한 회복세로 진단하는 것 같다. 그러고도 정책공조를 언급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김 총재는 5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다음날(15일) “스위스 노르웨이 뉴질랜드 필리핀 칠레가 금리를 모두 동결했다”는 희한한 이유를 댔다. 또 “미국 정부 내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논의에 관심이 많다”, “나라 경제는 실험대상이 아니다”거나 “경제회복 등 단기적 문제해결과 저금리 장기화 문제 등 중장기 과제의 조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것 같지도 않다. 듣기에 따라서는 금리결정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해설과 옹호와 반박에 더 열심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터널에 진입했음은 자명하다. 저출산 고령화의 결과로 불과 3년 뒤인 2016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런 중차대한 기로에서 경제수장들의 발언과 행보는 실로 실망스럽다.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리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의 전부인 것 같다. 민생탐방 나가 사진이나 찍고 화려한 변설만으로 경제가 살아나나. 경제주체들의 실의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인 악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