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셀블룸 '폭탄 발언'에 유럽 금융시장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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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자도 손실 분담…키프로스式 구조조정 확대"
EU 집행위도 "검토 중"
유럽 주요 은행 주가 폭락
EU 집행위도 "검토 중"
유럽 주요 은행 주가 폭락
‘네덜란드 윤리주의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사진)에게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붙인 별명이다. 시장 자율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그의 ‘매파적’ 성향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데이셀블룸 의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폭탄 발언을 했다. “키프로스 은행 구조조정 방법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 것. 앞으로 부실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할 경우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들에게도 손실을 분담토록 하겠다는 말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금융권의 잘못을 더 이상 세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펀드인) 유로안정화기구(ESM) 돈을 은행 구제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도 2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 문제를 다루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10만유로 이상 고액 예금자들의 손실 분담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에게 은행 구조조정 부담을 지운 건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키프로스가 첫 사례였다. 과거 아일랜드와 스페인 은행권을 구조조정할 때도 이들은 보호됐다. 세계적으로도 선순위 채권자나 예금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을 때도 예금자는 예금액에 상관없이 손실을 보지 않았고 이자도 다 받았다”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파장이 커지자 데이셀블룸 의장은 “거시조정정책은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에발트 노보트니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도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특별한 경우로 다른 사례의 모델이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며 “시장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전날보다 16.6bp(1bp=0.01%포인트) 올라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컸다. 또 프랑스 BNP파리바의 CDS 가산금리도 12bp 상승했다. CDS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 유럽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장중 달러당 1.2830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사진)에게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붙인 별명이다. 시장 자율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그의 ‘매파적’ 성향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데이셀블룸 의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폭탄 발언을 했다. “키프로스 은행 구조조정 방법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 것. 앞으로 부실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할 경우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들에게도 손실을 분담토록 하겠다는 말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금융권의 잘못을 더 이상 세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펀드인) 유로안정화기구(ESM) 돈을 은행 구제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도 2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 문제를 다루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10만유로 이상 고액 예금자들의 손실 분담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에게 은행 구조조정 부담을 지운 건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키프로스가 첫 사례였다. 과거 아일랜드와 스페인 은행권을 구조조정할 때도 이들은 보호됐다. 세계적으로도 선순위 채권자나 예금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을 때도 예금자는 예금액에 상관없이 손실을 보지 않았고 이자도 다 받았다”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파장이 커지자 데이셀블룸 의장은 “거시조정정책은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에발트 노보트니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도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특별한 경우로 다른 사례의 모델이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며 “시장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전날보다 16.6bp(1bp=0.01%포인트) 올라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컸다. 또 프랑스 BNP파리바의 CDS 가산금리도 12bp 상승했다. CDS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 유럽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장중 달러당 1.2830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